2008년 04월 23일
연필로 고래잡는 글쓰기

연필로 고래잡는 글쓰기
다카하시 겐이치로 (지은이)/양윤옥 (옮긴이)/웅진지식하우스/2008
별로 기대도 하지 않고 신청서를 한마디 써 던져놓고는 잊고 지내지는 않았지만, 적당히 무관심한 척을 하며 지내고 있었습니다. 잘 잊어버리는 제가 잊지 못했던 이유는 마감 이틀전에 책을 발견하고는 후다닥 넣었기 때문이지요. 덕분에 약간의 기대와 약간의 포기가 뒤섞인 마음으로 당첨자 확인을 할 수 있었습니다. 책이 오고 나서 아, 이게 뭐지, 라는 생각을 하지 않고 말이지요. (웃음.)
처음에는 왜 하필 나일까, 라는 생각과 역시 난 소소한 운이 좋은 편인가 봐 하는 생각 속에서 책을 펼쳤습니다. 그리고 책장을 넘기면서 왜 하필 나일까, 라는 의문에는 조금이나마 답을 낸 것 같은 그런 기분을 느꼈습니다. 물론, 이 책을 렛츠리뷰 담당자분들이 미리 읽으셨다는 전제하에서 내린 결론이지만요. (웃음.)
우선 말씀드리자면 저는 글 쓰기에 적당히 관심은 있지만서도, 읽어본 작법서가 하나도 없는 노력없는 기적을 바라는 사람이었습니다. 아마, 신청글에서도 이 책으로 글쓰기를 배우는 것을 시작하고 싶다, 라는 뉘앙스로 썼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이 책은, 처음을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아주 적당한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운 좋게 당첨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조금 해봤습니다.
연필로 고래잡는 글쓰기에는 고래를 잡는 구체적인 방법에 대한 이야기라고는 거의 전무하다시피 합니다. 아니 딱 하나 언급되어 있는 것이라고는, 아기처럼 흉내내라, 그정도일까요? 그러니 그런 것을 기대하시는 분들은 이 책이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책이라고 낙인을 찍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저 역시 그런 작법을 기대(는 아니고 예상이라고 하는 편이 적당하겠네요.)하고 있었던 터라 처음에는 좀 어리둥절했으니까요.
그렇지만 그게 참 다행이었습니다. 저는 싫증을 잘 내고 재미있는 것을 쫒는 사람이라, 딱딱한 책을 꽤 싫어하는 편이거든요. 인문서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쉽고 재미있는, 그러면서도 작가의 생각이나 바라는 바가 확실하게 나타나는, 좋은 예시들이 풍부한 그런 책이었습니다. 때로는 작가와 대화를 하고 있는 느낌도 들더군요. 비밀의 방에서 비법을 전수받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고 어떤 분은 말씀하셨지만, 저는 오히려 제가 다녔던 초등학교 운동장 한가운데와 저 귀퉁이 끝에서 서로에게 고래고래 소리치며 거침없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여튼 그래서 부담없이 페이지를 넘길 수 있었고, 때로는 웃으면서 때로는 작가의 이야기에 공감을 하면서 고래가 있는 곳을 찾아갈 수 있었습니다.
소설(혹은 글이라고 표현해도 좋겠지요.)에 대한 생각과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 자기 내면에 대한 관심으로 글은 이루어집니다. 그리고 글은 쓰는 것이 아니라 찾아서 잡는 것이라고 저자는 말합니다. 그리고 그 글을, 고래를 잡는 것은 결국 저의 몫이겠지요.
서자가 소개한 글을 잘 쓰는 비법 20가지는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그건 아무래도 책의 내용과 같이 보면서 보는 편이 더 좋을 것 같네요. 그 20가지만 따로 써놓으면 이게 뭔 말이야, 하고 관심을 끊어버릴 분들도 있을 것 같고 말입니다. (웃음.)
조금 아쉬운 점이 있다면 부록 이야기꾼이 되기 위한 북가이드였습니다. 일본작가들로만 구성되어있어서 조금 부담스럽네요. 물론 이 책을 쓴 저자가 일본인이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이야기이겠습니다만.
언젠가 다카하시 겐이치로씨가 바라시는대로 저도 엄청 불규칙한 바운드를 하는 멋진 공을 저만의 방법으로 잡아내 운동장 한가운데에서 다카하시 겐이치로씨가 있는 저 귀퉁이로 기쁜 얼굴로 한달음에 달려갈 수 있으면 좋겠네요.
물론, 그 공을 보실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만. (웃음.)
끝으로 여러가지 마음에 들었던 구절 중에, 지금 제일 떠오르는 구절을.
'나는 무엇이든 잘 안다, 당신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분명 당신은 수많은 것을 알고 있겠지요. 하지만 '알고 있다'라는 것과 '정말로 알고 있다'라는 건 완전히 다른 것입니다.'
연필로 고래잡는 글쓰기/다카하시 겐이치로/70p 마지막 문단
덧 : 사소하지만, 20p 마지막 문단 2째줄에 '지나치게 서문'이 '지나치게 긴 서문'를 잘못 쓰신 게 아닌가 하고 생각해 봅니다.
그거 말고도 하나 봤는데, 그 예시는 원래 많은 오자와 바르지 못한 높임말로 문제가 되었던 글이었다는 주석을 읽고 원래 그런 것이 아닐까 해서 굳이 붙이지 않습니다.
# by | 2008/04/23 10:50 | 권독종일 [券讀終日] | 트랙백 | 핑백(1)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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